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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By CrazyInBooks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키보드를 펼친다. ⠀ 계절이 변덕을 부리는 시기는 그 누구도, 심지어 나도 모르는 세계로 빠져든다. 나를 강제적인 외로움이나 허한 상태로 방치하고 싶어진다는 게 그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계절 탄다.’는 말과는 다르게 외부의 원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 원인을 제공하고 그것을 즐기고 싶어진다. ⠀ 이 계절의 끝자락에 나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다는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자문한다. 똑같은 일상에서 오는 번아웃과 전혀 새롭지 않는 하루의 지루함, 도전의식 결여에서 오는 긴장감의 부재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신선함을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이 “본능적으로 요구한다.”는 말에 나는 힘을 주고싶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써 가지는 본능.. 2021. 6. 19.
담론 By 신영복 말과 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언어적 행위. 토론이나 토의의 결과물과 같은 하나의 거대한 일반적 정의론을 우리는 흔히 담론이라 부른다. 이 책은 사람과 삶의 이야기에 있는 그의 담론을 그간 그가 한 강의를 통해 녹취한 것을 채록하고, 보충한 것이다. 20여 년간의 감옥 생활을 통한 인간만사의 성찰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 안이 아닌 바깥세상에 두고 나를 바라보는 성찰의 방법을 깨닫는다. 이는 바로 공부의 시작으로 귀결된다. ☑공부는 왜 하는가?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에 대한 풀이를 통해 을 배우는 것을 공부의 기본개념이라 하고 이들의 관계를 깊이 파악하고 나아가 세계를 알고 관계의 발전이 공부의 목적이라 한다. 사실보다는 진실에 귀 기울이고, 배타적 개인주의를 벗어나 탈문맥화 하는 것을 공부의 .. 2021. 2. 6.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By 고미숙 조선史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가장”이라는 말에 하나를 꼽을 수는 힘들어진다. 그 수많은 조선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인물들 중 저자는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을 비교한다. ⠀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거물들을 비교하는 책이라 흥분되고, 평소 흠모하던 분들이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저자의 한 단어에 몰두해서 읽었다. 저자 고 미숙 작가는 이런 역사에 관한 한 국내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필력과 눈을 가진 1호 고전평론가이다. 사실 작가의 교수임용이 성공했더라면 그녀의 많은 저작이 탄생될 수 있었을 지 의구심이 날 정도로 실패를 감사히 여겨야 할 일이다. ⠀ ☑왜 연암과 다산일까? ⠀ 연암과 다산은 18세기 조선사의 한 줄기에 있고, 사상과.. 2021. 1. 23.
소설가의 일 By 김연수 ⠀ ⠀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에세이의 형태를 빌린 소설쓰기의 참고서로 생각하면 좋을 책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쓰기 특강”처럼 말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쓰기”라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쓰기에 대한 기대와 낭만을 보기 좋게 학문화하는 단점은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무게감이라 수용가능하리라 생각된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생아가 아니였으면 현재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대학 입학 후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 였다면 우리 머릿속에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은 없었다. 그 남아도는 시간에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놀이터를 적극 활용함으로 “읽기와 쓰기”에 탐닉한다. ⠀ “쓰기”라는 고통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으로 완성, 아니 좀 더 나.. 2021. 1. 1.
인생 By 위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펄벅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지》와 오버랩되듯이 묘하게 비슷한 구조와 전개가 눈에 띈다. 청조말기의 가난한 농사꾼과 조상의 은덕으로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푸구이의 삶이 시작만 다를 뿐 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예시 혹은 작가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을 제시하듯이 펼쳐진다. 한 사람의 인간이 가지는 내 삶에서의 의미, 나 주위의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들이 내가 태어나고 나를 둘러싼 주위의 것들과 공존을 통해 말하려 한다. 가진 것이 많아 일하지 않아도 늘 놀고 먹고 할 수 있는 푸구이. 도박과 기생집 놀이로 가산을 탕진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등살에도, 자신의 계급직하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으로의 수용은 푸구.. 2020. 12. 25.
사과 By CrazyInBooks 사과를 베어 물었다. 내 이가 적나라하게 새겨진다. 사과(apologize)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사과를 하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자존심이 센 건가?? 자존감이 없는 건가?? 사과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것이다. 사과의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의 잘못,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잘잘못을 더 크게 부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다거나 잘못이 없다는 것을 피력하는 행위다.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용서를 비는 행위가 진정성이 없거나 형식적으로 치우쳐질 때 상대방은 사과를 단지 현재를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사과는 .. 2020. 12. 22.
돌이킬 수 있는 By 문목하 책을 읽고 난 후 리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 지는 책이다. 과연 이 책의 작가는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SF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부분을 결합한 로맨스 소설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다. 4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로맨스를 찾기란 분명 허점도 있기는 하지만 작가는 비중을 크게 두고 집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의 한 문장으로 내 속에 정지되어 있던 로맨스의 피가 열 올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겠어요.” 원인 모를 힘으로 도시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고 거기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를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세 가지의 초능력 중 한 가지를 갖게 되는데, 파괴할 수 있는 파쇄자, 정지할 수 있는 정지자, 원래대로 할 수 있는 복원자들이 그것이다. 싱크홀에 빠진.. 2020. 12. 20.
이 밤중에 커피가 생각난다. By CrazyInBooks 이 한밤중에 커피가 생각난다. 자기 싫은걸까? 아니면, 이 밤을 보내기 싫은 걸까? 누구나 어느 밤을 보내기가 정말 싫은 날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이야기하기 좋은 상대와 있을 때, 혹은 혼자 있지만 뭔가 생각하기에 알맞은 공기와 온도로 나를 감싸고 있을 때가 그렇지 않나 생각된다. 한시간 한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촘촘하게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떄가 있다. 그런 날이 머릿속 밀도가 집중되고 생각의 바퀴가 가장 잘 회전하는 날이 아닌가 한다. 책을 읽고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를 때, 혹은 어줍짢은 글쓰기로 마감을 코앞에 앞둔 칼럼이스트의 초조함을 느낄 때처럼 시간 보내기가 너무나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한밤중에 마시는 커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지금 보내는 .. 2020. 12. 17.
마음의 고향 , 친구 By CrazyInBooks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닐지라도 내가 가지는 마음의 안식처이며 내가 언제든 힘들면 의지할만 한 그런 곳 혹은 상대. 이를 우리는 누구나 하나 이상 마음에 간직 하고 있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나 아니면 이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면 그 외로움은 말로 전할 수 없을만큼 크다. 이럴 때 마음의 고향은 정말 존재만으로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음의 고향”이라는 한 구절에 벌써 내면에 있는 한 웅큼의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추억의 그곳으로 가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설 이나 추석에 꼭 가는 고향의 그리움 만큼이나 우리가 가지는 힐링의 대상을 말해 보려 한다. 바로 이름만 들어도 웃음나는 친구이야기다. 넌 나에게 언제나 1번. 먼저 .. 2020.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