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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인생 By 위화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25.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힘이 넘치는 인생을 위하여.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펄벅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지와 오버랩되듯이 묘하게 비슷한 구조와 전개가 눈에 띈다. 청조말기의 가난한 농사꾼과 조상의 은덕으로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푸구이의 삶이 시작만 다를 뿐 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예시 혹은 작가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을 제시하듯이 펼쳐진다.

 

한 사람의 인간이 가지는 내 삶에서의 의미, 나 주위의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들이 내가 태어나고 나를 둘러싼 주위의 것들과 공존을 통해 말하려 한다.

 

가진 것이 많아 일하지 않아도 늘 놀고 먹고 할 수 있는 푸구이. 도박과 기생집 놀이로 가산을 탕진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등살에도, 자신의 계급직하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으로의 수용은 푸구이 전체 인생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현모양처 자전의 남편에 대한 관용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 남성위주의 중국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예일 수도 있다.

 

푸구이의 일로 장인이 자전을 데려가면서 푸구이는 스스로 가정을 느끼고 가장의 책임감도 내비치며 마음을 추스린다. 뱃속의 아이를 가지고 있던 자전은 그에게로 다시 돌아오며 순탄치 않을 것같은 인생을 암시한다.

 

어머니의 병환과 푸구이의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는 전쟁참여가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이는 또 하나의 인생과정을 만든다.

 

전쟁중 해방군의 덕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는 푸구이. 그의 눈에 들어온 그의 딸 펑샤와 그를 못 알아보는 그의 아들 유칭. 그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잃었다는 충격에 말을 잃은 펑샤.

 

커가는 아들 유칭의 학교 진학에 큰 기대를 거는 푸구이와 남모르게 병을 키워가는 아내 자전.

 

유칭의 학교 교장의 부인이 분만을 하는 과정에 과도한 출혈로 위험에 처하는데, 그녀와 혈액형이 맞는다는 이유로 유칭은 헌혈을 하고 의사의 어처구니없는 과도한 헌혈로 유칭은 세상을 떠난다.

 

아들 유칭의 죽음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과 아내 자전 그리고 푸구이는 한동안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자전의 병과 말을 잃은 펑샤의 사정까지 가족의 미래는 자기손에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난다.

 

펑샤의 결혼을 서두르며 나서 지금까지 고생한 펑샤에게 사랑의 남자를 찾아 혼례를 치르며 푸구이와 자전의 삶에 거대한 행복이 오고, 이는 곧바로 펑샤의 죽음으로 깨진다. 펑샤가 출산을 하면서 아이를 살리며 그녀는 떠난 것이다. 바로 그의 남동생 유칭이 떠난 그 병원의 그 병실에서 말이다.

 

펑샤의 남은 아들은 쿠건이라 자전이 이름 짓고 그녀는 펑샤가 죽은지 세달도 되기전에 그녀 역시 숨을 거둔다.

 

참 대단한 작가다. 모조리 다 죽일 기세다.

 

이제 남은 사람은 푸구이와 그의 사위 얼시, 그리고 외손자 쿠건. 하지만..

 

삶에 대한 순응이 작가가 말하는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생각한다 하더라도,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의사의 어처구니없는 처치에 목숨을 잃는데 그것을 인생이라 하며 받아들이겠는가?

 

같은 장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세 사람이나 잃었는데, 어느 누구가 인생을 수긍하며,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겠는가?

 

이해할 수 없는 작가의 생각은 그의 서문에서 비분강개하기도 혹은 고개 숙여지기도 한다.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대해 썼다.

...(중략)..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야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생서문 에서)

 

인간 푸구이와 늙은 소 푸구이. 늙은 두 생명에 대한 생각의 전이. 마지막 페이지의 푸구이의 독백같은 노랫말은 인생의 함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주제어가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엔 빈둥거리며 놀고,

중년에는 숨어 살려고만 하더니,

노년에는 중이 되었네.

 

내 삶이 끝나는 막바지에는 어떤 노래를 흥얼 거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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