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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6

라틴어 수업 By 한동일 De mea vita(데 메아 비타)로 수강생들과 청강생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내 인생에 대하여”. 이 간단한 한 질문이 한권의 책을 읽은 만큼의 생각을 강요하고, 책장을 덮기 전 한 학기의 수업을 들은 것 마냥 생각의 깊이를 뛰어 넘어 나를 향한 나만의 시선을 넓힌다. 사실 어찌 보면 굉장히 식상한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주는 효과는 나의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넘어 장년기까지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좀 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끝내 결론 내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정의를 위한 참고서로 이 책은 어문학 책이 아닌 인문학 책이 된다. 제목만으로는 절대 손이 안가는 종류의 어문학 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 그리.. 2020. 12. 5.
리부트Reboot By 김미경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코로나 이후의 생활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래서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에 대비해 대면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한 몸과 같이 여기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일체의 산업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내 가족과 내 생활을 위한 일을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저자 김 미경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이름난 강사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상태이며 많은 직원들의 급여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의 CEO이기도 하다. 그.. 2020. 12. 5.
라면을 끓이며 By 김훈 시인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김훈 작가는 일반인이 모두 볼 수 있지만,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제목만 쉬운 ≪라면을 끊이며≫이고 들어있는 내용물은 몇 겹을 까보아야 속을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그만의 문체와 단어로 간결히 혹은 단호히 정돈되어 있다. 제목과 같은 첫 꼭지의 글은 우리와 친숙한 라면으로 시작은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와 빈의 차이를 입맛과 나아가 사회전반에 산재되어 있는 재벌과의 괴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을 마냥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결론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만의 언어는 사실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가의 입장에서는 하나 등의 사실로부터 사건의 전개나 .. 2020. 12. 5.
임계장이야기 By 조정진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제목에서 냄새가 나듯 이 책은 정년퇴직을 한 장년층들의 비정규직 취업에 관한 기록들이다. 사실 우리는 비정규직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실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기록들은 평범한 일상민들에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글자 한글자의 차이로 생기는 엄청난 차별과 불평등을 고발한다. 38년간의 공기업의 정규직으로 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저자는 아들의 끝나지 않은 학업과 가정의 생계를 위해 생활정보지의 구인란을 뒤적인다. 그동안의 경력은 묻지도 않고 단지하나, “나이”라는 숫자가 모든 능력을 대변한다. 이른바 비정규직 노동자, 즉 임계장의 탄생이다. 저자는 버스회사 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 2020. 12. 5.
존엄하게 산다는 것 By게랄트 휘터 이 책은 독일을 대표하는 지성인인 신경생물학자 게랄트 휘터의 인간이 가진 기본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심도 있고 심리학적, 철학적 접근을 한 책이다. 사실 제목만 봤을 땐 쉽게 읽힐 책은 아닌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실이다. 일단 존엄이라는 말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인간의 존엄이 중요한 요소라 했을까? 그것은 ‘인간다운 삶, 품격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고 신경생물학과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21세기 복잡한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존엄’을 제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존엄이란 무엇인가? →존엄은 내면에 확신으로 깊게 뿌리박혀 한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부여.. 2020. 12. 5.
아몬드 By 손원평 절대 평범하지 않는 한 아이를 통해 내가 진정 배경과 외적인 환경을 따지지 않고 그 아이를 사랑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엄마를 통해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배운다. 하지만 배운 그대로에서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책 겉표지의 무표정한 모습이 바로 윤재의 현재 상태이다. 이런 상태의 윤재에게 크리스마스이브인 자신의 생일날에 무참한 사건이 터지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가족들로부터 윤재는 오롯이 혼자가 된다. 물론 윤재를 도와주는 엄마의 친구 심박사가 가까이 있지만 그에게도 고마움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이다. 이를테면 윤재는 작가가 설정하길 하나도 때묻지 않은 백지의 상태로 묘사를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윤재에게 운명과도 같은 곤이..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