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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라면을 끓이며 By 김훈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5.

누구도 가지지 못한 그만의 삶의 시선

 

시인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김훈 작가는 일반인이 모두 볼 수 있지만,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제목만 쉬운 라면을 끊이며이고 들어있는 내용물은 몇 겹을 까보아야 속을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그만의 문체와 단어로 간결히 혹은 단호히 정돈되어 있다.

 

 

제목과 같은 첫 꼭지의 글은 우리와 친숙한 라면으로 시작은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와 빈의 차이를 입맛과 나아가 사회전반에 산재되어 있는 재벌과의 괴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을 마냥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결론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만의 언어는 사실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가의 입장에서는 하나 등의 사실로부터 사건의 전개나 상황의 반전으로 독자들의 눈을 잡아두지만 김훈의 산문에는 그의 눈에서 발견된 생각의 덩어리를 하나씩 풀어 놓고 분석하는 심해 깊이의 통찰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종합사유체계의 산물이라 칭하고 싶다. 

 

글을 읽기에는 난해해도, 읽고 난 후 가져가는 뭔가가 글에서 주워가면 되는 식이다. 에세이라 쉽게 생각하고 덤비는 독자들에겐 하나의 큰 장벽을 만나는 기분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럽겠지만 후에 그의 글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그의 필력 때문이리라.

 

에세이의 기본처럼 소재는 다양하다. ‘먹는 것에서부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 ‘여자에 대한 그의 생각, ‘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다. ‘세월호 의 관계, 6만원에서 나오는 세월호 피해자 유민이의 이야기는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우리네 이웃의 서형진 소방사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이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고대하는 마음과 사회고위급의 일탈도 묘하게 비판한다.

 

 

여타 에세이가 그러하듯이 오롯이 그만의 생각을 펼쳐 독자들에게 편향된 혹은 편향되지 않는 생각을 강요하기도 혹은 선택지를 하나 첨부하는 선에서 글을 매듭지을 수 있지만 그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행복이라는 이야기에서 나는 그의 단 한 줄의 문장에 몸에 힘이 풀렸다.

 

행복에 대한 내 빈약한 이야기는 그 무사한 그날그날에 대한 추억이다.” 사실 보는 사람마다 나만의 한문장은 다르다. 글의 주제를 떠나 이 한 문장에 꼽히는 이유는 뭘까? “왜 나도 모르게 그 문장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걸까?” 등등 그의 필력에 내 몸을 맡긴 것처럼 이리저리 따라다니는 생각의 노예가 되는 듯하다.

 

 

글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듯 여자에 대한 그의 글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듯 보인다. 사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남녀평등을 반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리적인, 역사적인 남녀간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취지의 말이지만 자못 이해의 넓이가 좁다면 그의 글은 여성혐오나 성의 상품화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글의 소재 일뿐이고 생각의 반경에 두고 한 글이니 독자들의 판단에 의지하길 바랄 뿐이다.

 

박경리 선생님과의 일화는 그의 소설에서나 보일 듯 한 묘사로 가장 마지막 꼭지의 글임을 아쉽게 만든다. 김지하, 백기완 그리고 박경리. 역사의 평가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잊지 않는 존경심을 더불어 생각하며 마무리한다.

 

그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늘 기대한다.

 

그의 왕성한 지치지 않는 그만의 글쟁이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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