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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임계장이야기 By 조정진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5.

임계장이라는 단어는 바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갑질과 연관있음을 잊으면 안되라라 본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제목에서 냄새가 나듯 이 책은 정년퇴직을 한 장년층들의 비정규직 취업에 관한 기록들이다. 사실 우리는 비정규직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실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기록들은 평범한 일상민들에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글자 한글자의 차이로 생기는 엄청난 차별과 불평등을 고발한다.

 


 38년간의 공기업의 정규직으로 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저자는 아들의 끝나지 않은 학업과 가정의 생계를 위해 생활정보지의 구인란을 뒤적인다. 그동안의 경력은 묻지도 않고 단지하나, “나이”라는 숫자가 모든 능력을 대변한다. 이른바 비정규직 노동자, 즉 임계장의 탄생이다.

 


 저자는 버스회사 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결국 해고당한다. 정보지란의 구인란에 적혀있는 배차계장이니 경비원이니 보안요원이니 하는 말은 허울뿐이다. 단지 “노역부”, “잡역부”등으로 시키는데로 최소한의 시급으로 최대한의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아파도 아프다고 관리자에게 말도 하지 못한다. 해고될수 있음을 이미 인식히고 있으니까 혼자서 아픔을 참거나 받는 시급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대체인력을 사오는 경우도 있다. 마지못해 병원을 가야하는 경우다.

 


 버스 회사의 배차계장은 버스회사가 갑이고,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갑이다. 최근에 아파트 입주민과 갈등이 생겨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한 아파트 경비원의 일이 생각난다. 경비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비 이외의 수많은 일을 등에 지운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 화단청소, 나무가지치기, 요즘엔 택배정리로 하루시간을 다 보낸다고 한다. 이런 중에도 잠깐 의자에 앉아있는 경비원을 보면 입주민들은 할 일 없이 쉬고 있다고 얘기한다. 비단 이런 일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참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임계장을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한다. 임계장의 공급이 수요보다 휠씬 많으니 가능한 이야기다. 임계장을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고 우리는 느껴야 한다. 나의 직접적인 일이 아니라 할 지라도 인권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인식의 변화는 지켜보고 감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가장 큰 갑질공화국이다.” 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어디 하나 반박할 논거가 전혀 없었다. 창피한 일이다. 

 


 갑질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다른위치에 있다는 인식을 분명 가지고 시작하는 복종게임이다. 평등과 공존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이다. 분명 사라져야 할 것은 이런 말들이 아닐까?

 


 - 비정규직과 정규직
 -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 갑질 혹은 나는 아니라는 마음
 

 


 이 책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일줄이야.’ 하고 보는 내내 마음아프고, 눈시울을 붉힐 정도 였다. 저자 역시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긴다. 

 

 
 “이 글은 이 땅의 늙은 어머니, 아버지들, 수많은 임계장들의 이야기를 나의 노동 일지로 대신 전해 보고자 쓴 것이니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