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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15

담론 By 신영복 말과 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언어적 행위. 토론이나 토의의 결과물과 같은 하나의 거대한 일반적 정의론을 우리는 흔히 담론이라 부른다. 이 책은 사람과 삶의 이야기에 있는 그의 담론을 그간 그가 한 강의를 통해 녹취한 것을 채록하고, 보충한 것이다. 20여 년간의 감옥 생활을 통한 인간만사의 성찰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 안이 아닌 바깥세상에 두고 나를 바라보는 성찰의 방법을 깨닫는다. 이는 바로 공부의 시작으로 귀결된다. ☑공부는 왜 하는가?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에 대한 풀이를 통해 을 배우는 것을 공부의 기본개념이라 하고 이들의 관계를 깊이 파악하고 나아가 세계를 알고 관계의 발전이 공부의 목적이라 한다. 사실보다는 진실에 귀 기울이고, 배타적 개인주의를 벗어나 탈문맥화 하는 것을 공부의 .. 2021. 2. 6.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By 고미숙 조선史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가장”이라는 말에 하나를 꼽을 수는 힘들어진다. 그 수많은 조선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인물들 중 저자는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을 비교한다. ⠀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거물들을 비교하는 책이라 흥분되고, 평소 흠모하던 분들이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저자의 한 단어에 몰두해서 읽었다. 저자 고 미숙 작가는 이런 역사에 관한 한 국내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필력과 눈을 가진 1호 고전평론가이다. 사실 작가의 교수임용이 성공했더라면 그녀의 많은 저작이 탄생될 수 있었을 지 의구심이 날 정도로 실패를 감사히 여겨야 할 일이다. ⠀ ☑왜 연암과 다산일까? ⠀ 연암과 다산은 18세기 조선사의 한 줄기에 있고, 사상과.. 2021. 1. 23.
소설가의 일 By 김연수 ⠀ ⠀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에세이의 형태를 빌린 소설쓰기의 참고서로 생각하면 좋을 책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쓰기 특강”처럼 말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쓰기”라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쓰기에 대한 기대와 낭만을 보기 좋게 학문화하는 단점은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무게감이라 수용가능하리라 생각된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생아가 아니였으면 현재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대학 입학 후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 였다면 우리 머릿속에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은 없었다. 그 남아도는 시간에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놀이터를 적극 활용함으로 “읽기와 쓰기”에 탐닉한다. ⠀ “쓰기”라는 고통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으로 완성, 아니 좀 더 나.. 2021. 1. 1.
인생 By 위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펄벅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지》와 오버랩되듯이 묘하게 비슷한 구조와 전개가 눈에 띈다. 청조말기의 가난한 농사꾼과 조상의 은덕으로 요즘 말로 금수저로 태어난 푸구이의 삶이 시작만 다를 뿐 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예시 혹은 작가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을 제시하듯이 펼쳐진다. 한 사람의 인간이 가지는 내 삶에서의 의미, 나 주위의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들이 내가 태어나고 나를 둘러싼 주위의 것들과 공존을 통해 말하려 한다. 가진 것이 많아 일하지 않아도 늘 놀고 먹고 할 수 있는 푸구이. 도박과 기생집 놀이로 가산을 탕진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등살에도, 자신의 계급직하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으로의 수용은 푸구.. 2020. 12. 25.
돌이킬 수 있는 By 문목하 책을 읽고 난 후 리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 지는 책이다. 과연 이 책의 작가는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SF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부분을 결합한 로맨스 소설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다. 4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로맨스를 찾기란 분명 허점도 있기는 하지만 작가는 비중을 크게 두고 집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의 한 문장으로 내 속에 정지되어 있던 로맨스의 피가 열 올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겠어요.” 원인 모를 힘으로 도시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고 거기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를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세 가지의 초능력 중 한 가지를 갖게 되는데, 파괴할 수 있는 파쇄자, 정지할 수 있는 정지자, 원래대로 할 수 있는 복원자들이 그것이다. 싱크홀에 빠진.. 2020. 12. 20.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By 도종환 우리에게 시인으로 잘 알려진 하지만 정작 화가가 되고 싶어 한 도종환님의 자전적 에세이다. 시인이 되기까지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운명적인 문학동아리와의 만남, 국어교사로 시작한 그의 인생에서 온 모진 풍파와 문학계에서의 거센 비판, 시대적 암흑기로 인한 수감생활, 끝없는 교원노조 생활에서 오는 감시와 불공정한 해직.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의 투쟁 등 실로 파란만장한 실제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군데군데 그의 시들이 당시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상업주의에 이끌려 슬픔을 팔아서 장사하는 시인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시대성과 역사성, 그리고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없다는 비판에는 크게 반대한다. 그의 시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그만의 생각과 의지는 사실 그런 비판.. 2020. 12. 13.
라틴어 수업 By 한동일 De mea vita(데 메아 비타)로 수강생들과 청강생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내 인생에 대하여”. 이 간단한 한 질문이 한권의 책을 읽은 만큼의 생각을 강요하고, 책장을 덮기 전 한 학기의 수업을 들은 것 마냥 생각의 깊이를 뛰어 넘어 나를 향한 나만의 시선을 넓힌다. 사실 어찌 보면 굉장히 식상한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주는 효과는 나의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넘어 장년기까지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좀 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끝내 결론 내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정의를 위한 참고서로 이 책은 어문학 책이 아닌 인문학 책이 된다. 제목만으로는 절대 손이 안가는 종류의 어문학 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 그리.. 2020. 12. 5.
리부트Reboot By 김미경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코로나 이후의 생활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래서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에 대비해 대면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한 몸과 같이 여기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일체의 산업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내 가족과 내 생활을 위한 일을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저자 김 미경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이름난 강사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상태이며 많은 직원들의 급여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의 CEO이기도 하다. 그.. 2020. 12. 5.
라면을 끓이며 By 김훈 시인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김훈 작가는 일반인이 모두 볼 수 있지만,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제목만 쉬운 ≪라면을 끊이며≫이고 들어있는 내용물은 몇 겹을 까보아야 속을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그만의 문체와 단어로 간결히 혹은 단호히 정돈되어 있다. 제목과 같은 첫 꼭지의 글은 우리와 친숙한 라면으로 시작은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와 빈의 차이를 입맛과 나아가 사회전반에 산재되어 있는 재벌과의 괴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을 마냥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결론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만의 언어는 사실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가의 입장에서는 하나 등의 사실로부터 사건의 전개나 ..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