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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문학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By 고미숙

by 크레이지인북스 2021. 1. 23.
연암과 다산의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책이다.



조선史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가장”이라는 말에 하나를 꼽을 수는 힘들어진다. 그 수많은 조선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인물들 중 저자는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을 비교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거물들을 비교하는 책이라 흥분되고, 평소 흠모하던 분들이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저자의 한 단어에 몰두해서 읽었다. 저자 고 미숙 작가는 이런 역사에 관한 한 국내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필력과 눈을 가진 1호 고전평론가이다. 사실 작가의 교수임용이 성공했더라면 그녀의 많은 저작이 탄생될 수 있었을 지 의구심이 날 정도로 실패를 감사히 여겨야 할 일이다.




☑왜 연암과 다산일까?

연암과 다산은 18세기 조선사의 한 줄기에 있고, 사상과 문장과 사유의 형태가 가장 반어적이면서 동의적인 인물이다. “반어적이면서 동의적”이라는 말이 이 두 인물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말이라 생각된다.

노론벽파의 연암과 성호좌파의 다산, 일단 정치적인 배경이 극과 극이다. 게다가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탕평책을 반대한 노론벽파를 명분론적이고 비타협적인 권력욕이 많은 수구보수의 전형을 나타낸다면,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다수의 평등과 실학의 발전을 염두에 둔 성호좌파의 비교는 누가 봐도 편이 갈린다. 그렇다면 탕평책을 반대한 연암을 손가락질 하고 그의 사상을 과연 평가절하 할 수 있을까?

역사를 보는 눈은 개인마다 다르고, 평가는 미래의 몫이다. 연암이 탕평책을 반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탕평책이 과연 무조건 좋았던 것일까? 당대는 붕당의 소용돌이 속 이었다. 피를 부르는 탕평책이 과연 후대의 평가에 반영이 되었을까? 탕평책 하나만으로도 그의 생각과 다산의 생각은 나누어지지만, 어느 생각이 맞는지 혹은 틀렸다고는 하지 못한다. 그 시대의 선택이 어찌 보면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했는지 모른다.

사실 정조는 좌우에 연암과 다산 같은 인재를 두고 나라를 다스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산은 꽤나 정조의 옆에서 힘이 되고 의지를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조 때부터 세상을 바라본 연암의 눈에는 붕당의 폐단이 늘 존재하던 조정에 발을 두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과거시험을 망치던 연암은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사상의 절친들, 문장을 알아주는 친구들과 젊은 시절을 유희와 유람으로 보내고 인생의 후반부에서나 생계형으로 관직에 참여한다.

그런 면에서 연암은 정계와 떨어져 자신만의 사상의 반열을 구축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으로 다산과의 차이를 드러낸다.



고미숙 작가는 고전평론가로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보물같은 작가님이시다.


☑열하일기와 목민심서

가슴 뛰는 책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공직수행에 따라가는 일이 조선 최고의 명작탄생의 시작이다. 열하를 유람할 수 있는 기회가 연암에게는 그동안 보지 못한 세상을 두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천금의 경험이었고, 죽을 수도 있었던 기행의 끝은 찬란한 명문장들로 재탄생하게 된다. 연암은 <열하일기>를 마무리하는데 3년의 노고를 바친다. 현재 조선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에는 정조에 의해 문체반정의 선두라 여겨지기도 했다.

반면, 다산은 천주교와 이분할 수 없는 관계다. 다만 정조를 만나고 서학(천주교)의 진산사건을 계기로 절교를 하지만 끊임없이 다산을 해치기 위한 수단으로 천주교는 늘 따라 다녔다. 그리하여 신유박해 때 다산은 유배를 시작 한다. 이 유배로 다산은 진정한 다산이 된다. 수많은 저작들과 글은 다산을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로 만들고 그의 대표적인 저서 <목민심서>는 누군가에게는 필독서이다.


연암과 다산의 정의는 저자의 차례에서도 보인다.




☑같으면서 다른

연암의 생(1737)에서 다산의 몰(1836)까지 정확히 백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 중간에 물론 정조의 생몰이 있다. 두 인물을 보면 조선500년 역사의 한 세기를 파악할 수 있다. 연암이 전략가라면 다산은 전술가이다. 연암이 물이라면 다산은 불이다. 연암이 유머를 통한 풍자를 무기로 쓴다면 다산은 리얼리즘을 통한 사실적 한계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은 자연 앞에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연암과 자연의 모든 사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시각의 다산. 어디하나 둘의 공통적인 시선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두 인물의 목적지는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과연 연암과 다산을 라이벌로 봐야 할까?

연암과 다산.

저자 고 미숙 작가는 책의 차례만으로도 그들을 정의한다. 또한 그들의 생을 그녀는 한마디의 바람으로 정의한다. 완전 격하게 동의하며 1퍼센트의 희망을 가져본다.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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