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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문학

담론 By 신영복

by 크레이지인북스 2021. 2. 6.
책표지만으로도 깊고도 힘들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말과 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언어적 행위. 토론이나 토의의 결과물과 같은 하나의 거대한 일반적 정의론을 우리는 흔히 담론이라 부른다. 이 책은 사람과 삶의 이야기에 있는 그의 담론을 그간 그가 한 강의를 통해 녹취한 것을 채록하고, 보충한 것이다.

20여 년간의 감옥 생활을 통한 인간만사의 성찰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 안이 아닌 바깥세상에 두고 나를 바라보는 성찰의 방법을 깨닫는다. 이는 바로 공부의 시작으로 귀결된다.





☑공부는 왜 하는가?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에 대한 풀이를 통해 <하늘, 땅, 인간>을 배우는 것을 공부의 기본개념이라 하고 이들의 관계를 깊이 파악하고 나아가 세계를 알고 관계의 발전이 공부의 목적이라 한다. 사실보다는 진실에 귀 기울이고, 배타적 개인주의를 벗어나 탈문맥화 하는 것을 공부의 핵심 원리라 본다.

이는 기존의 근대적 이념인 개인의 자아정체성을 극대화하여 존재론적인 측면을 강조한 반면 탈근대의 기본개념은 존재보단 관계를 앞세운 인간과 모든 것의 앞뒤를 세우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의 정립에 그 괘를 둔다.

그동안의 모든 지식전달의 공부에서 벗어나 갇혀 있지 않은 사유를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유동성을 강조한다. “감옥은 감옥 밖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갇혀있지 않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라는 감옥에 대한 미셸 푸코의 정의를 들며 탈근대적 사상의 거대 담론을 제시한다.

존재론과 관계론이 바로 핵심적 생각의 전환이다.

내가 가지는 모든 생각과 일들은 나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과 사상이 녹아들어 있는 집합이다. 따라서 이는 나만의 존재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며 나는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조직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를 이루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바로 인문학의 기본 질문으로 치환된다. 저자는 고전에서 나를 이루는 요소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방법의 예시를 든다. 바로 공자를 비롯한 제자백가들의 사상에서 관계론의 발전에 힌트를 찾는다.

장자는 “갇혀있는 우물에서 벗어나듯이 우리가 갇혀있는 좁고 완고한 사유의 우물을 깨닫자”라는 <탈정이론>으로 이미 당대의 사유의 한계를 인식한다. 근대적 생각의 생명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은 했다는 증거이고, 탈근대적 생각의 도래는 갓난 아기수준의 걸음마에 불과하다. 공자도 이미 <논어>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담론을 제시했다.

그 밖에 맹자와 노자, 묵자와 한비자 역시 뒤를 함께 했다.






☑세계인식과 자기변화

저자는 감옥에서 어느 노인 목수의 집을 그리는 순서를 보고 나를 느꼈던 계기라 이야기한다. 일을 하는 노인목수의 집을 그리는 순서는 바로 주춧돌부터이다. 하지만 책상에서 공부만 하는 저자의 집 그리는 순서는 지붕이 먼저였다. 이 차이로 누가 우월하다는 점을 말할 수 없다. 저자의 자기인식과 타자에 대한 배려로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톨레랑스, 관용으로 귀결된다. 이는 자기변화의 당위성을 나타내는 예시가 되고 책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 없고, 남을 이해하는 시발점으로 여기면 된다.

새로운 역사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일어난다. 중심부의 기득권세력은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방의 자기변화가 대나무 죽순의 밑 마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죽순의 강건한 밑 마디가 대나무의 길이를 결정하듯이 수많은 변방의 자기변화가 힘이 되고 기존의 생각과 사상에서 벗어나는 창조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공부는 혹은 자기변화는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자기성찰이다. 시각을 내 안에 두지 않고 외부에 두는 객관화된 시선으로 말이다. 내 눈앞의 생명을 보며 나의 간절한 생명력을 생각하고, 짧은 비극에 좌절하지 말며, 작은 기쁨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감옥에서 받는 아주 조그마한 햇빛의 고마움으로 나를 바라본 저자의 마음에는 무기수로써 혹은 남아있는 삶의 계획을 세울 이유가 바로 자기성찰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감옥 안 모든 죄수들의 동일함속에서 그는 관계를 느끼고 이런 말을 남긴다. 바로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에서 온다.”(P283) “인간이해에 있어서 감옥은 대학이었습니다. 20년 세월은 사회학 교실, 역사학 교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인간학“교실 이었습니다.”






약자의 위악과 강자의 위선에서 벗어나 자기변화와 자기 개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자기 성찰로 타자와의 관계론을 생각의 가이드라인으로 두는 것. 이 모든 것이 공부이고,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바다에 이르고, 모든 관계의 총합처럼 강물도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바다에 이른다.

저자의 공부에 대한 거대 담론은 바로 “나를 알고 타자를 관계하자.”라는 짧은 문장으로 감히 요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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