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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9

소설가의 일 By 김연수 ⠀ ⠀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에세이의 형태를 빌린 소설쓰기의 참고서로 생각하면 좋을 책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쓰기 특강”처럼 말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쓰기”라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쓰기에 대한 기대와 낭만을 보기 좋게 학문화하는 단점은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무게감이라 수용가능하리라 생각된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생아가 아니였으면 현재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대학 입학 후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 였다면 우리 머릿속에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은 없었다. 그 남아도는 시간에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놀이터를 적극 활용함으로 “읽기와 쓰기”에 탐닉한다. ⠀ “쓰기”라는 고통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으로 완성, 아니 좀 더 나.. 2021. 1. 1.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By 도종환 우리에게 시인으로 잘 알려진 하지만 정작 화가가 되고 싶어 한 도종환님의 자전적 에세이다. 시인이 되기까지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운명적인 문학동아리와의 만남, 국어교사로 시작한 그의 인생에서 온 모진 풍파와 문학계에서의 거센 비판, 시대적 암흑기로 인한 수감생활, 끝없는 교원노조 생활에서 오는 감시와 불공정한 해직.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의 투쟁 등 실로 파란만장한 실제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군데군데 그의 시들이 당시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상업주의에 이끌려 슬픔을 팔아서 장사하는 시인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시대성과 역사성, 그리고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없다는 비판에는 크게 반대한다. 그의 시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그만의 생각과 의지는 사실 그런 비판.. 2020. 12. 13.
라틴어 수업 By 한동일 De mea vita(데 메아 비타)로 수강생들과 청강생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내 인생에 대하여”. 이 간단한 한 질문이 한권의 책을 읽은 만큼의 생각을 강요하고, 책장을 덮기 전 한 학기의 수업을 들은 것 마냥 생각의 깊이를 뛰어 넘어 나를 향한 나만의 시선을 넓힌다. 사실 어찌 보면 굉장히 식상한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주는 효과는 나의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넘어 장년기까지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좀 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끝내 결론 내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정의를 위한 참고서로 이 책은 어문학 책이 아닌 인문학 책이 된다. 제목만으로는 절대 손이 안가는 종류의 어문학 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 그리.. 2020. 12. 5.
리부트Reboot By 김미경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코로나 이후의 생활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래서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에 대비해 대면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한 몸과 같이 여기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일체의 산업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내 가족과 내 생활을 위한 일을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저자 김 미경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이름난 강사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상태이며 많은 직원들의 급여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의 CEO이기도 하다. 그.. 2020. 12. 5.
라면을 끓이며 By 김훈 시인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김훈 작가는 일반인이 모두 볼 수 있지만,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제목만 쉬운 ≪라면을 끊이며≫이고 들어있는 내용물은 몇 겹을 까보아야 속을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그만의 문체와 단어로 간결히 혹은 단호히 정돈되어 있다. 제목과 같은 첫 꼭지의 글은 우리와 친숙한 라면으로 시작은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와 빈의 차이를 입맛과 나아가 사회전반에 산재되어 있는 재벌과의 괴리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을 마냥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결론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만의 언어는 사실 중독성이 강하다. 소설가의 입장에서는 하나 등의 사실로부터 사건의 전개나 .. 2020. 12. 5.
스스로 행복하라 By 법정스님 스님의 수많은 에세이들이 그러하지만 이 책 역시 “과연 나는?”이라는 물음을 머릿속에 남기는 법문들이 많다. 나라의 큰 스승님이라는 분들의 글과 말은 하나하나 허투루 들을 이야기는 결코 없다. 세상의 모든 진리나 가르침을 편안하게 책 한권으로 과외수업을 받는 기분이라 할까?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하늘보기와 한숨고르기가 세트로 찾아온다. 법정스님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소유”에 관한 논제는 스님이 가장 강조하면서도 행하기 힘들고, 인지는 하지만 결코 가벼이 보지 못하는 끝나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그 유명한 “무소유”도 스님의 물건이나 소유물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라는 이야기에서 기인한다. 그 집착과 미련은 곧 괴로움이 되며 근심의 원인이 되니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소유에 대한 미련으로.. 2020. 12. 5.
임계장이야기 By 조정진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제목에서 냄새가 나듯 이 책은 정년퇴직을 한 장년층들의 비정규직 취업에 관한 기록들이다. 사실 우리는 비정규직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실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기록들은 평범한 일상민들에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글자 한글자의 차이로 생기는 엄청난 차별과 불평등을 고발한다. 38년간의 공기업의 정규직으로 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저자는 아들의 끝나지 않은 학업과 가정의 생계를 위해 생활정보지의 구인란을 뒤적인다. 그동안의 경력은 묻지도 않고 단지하나, “나이”라는 숫자가 모든 능력을 대변한다. 이른바 비정규직 노동자, 즉 임계장의 탄생이다. 저자는 버스회사 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 2020. 12. 5.
제법 안온한 날들 By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쓴 안온한 날의 단상과 절대 안온하지 않고, 다급한 응급실에서 평범하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게 느낀 그만의 시선을 다룬 에세이다. 사실 생업이 의사인 작가들의 소재는 참 특별하기도, 혹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 기대감을 갖고 본다. 메디칼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죽음의 기로앞에 서 있는 환자를 위해 어떤 일들이 독자들에게 희망과 생각을 줄까하고 여분의 상상력을 남겨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앞부분은 의사인 작가의 사적인 공간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여자친구이야기, 여행에서 친해진 친구이야기, 술 이야기, 작가 본인의 병력을 스스로 밝힘으로 의사로써의 환자들과의 공감을 나타내는 부분은 살짝 짠한 기분도 들었다. 에세이는 작가의 생각을 가장 본질적.. 2020. 12. 5.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하고 통쾌함에 대하여 By 고미숙 한 시대와 인간의 한 인생이 쌓여감에 따라 우리는 그들의 생각과 그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선물처럼 기록하며 후세에 남긴다. 그것은 책의 형태로 남겨지고 누구나 쉽게 그가 남긴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로 삼는다. 또 여기에 더해 우리가 읽은 그들의 생각에 우리의 생각을 더한 또 다른 제 3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것이 읽기와 더불어 쓰기를 하는 이유가 된다.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연속성의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듣기보단 말하기를, 쓰기보단 읽기를 좀 더 강조하는 현재에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생각과 감정의 자유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책을 읽는다는 것을 단순한 의무와 학습으로 지어져 책을 통해 알게된 생각과 사상의 획득을 단순한 지식의 획득으..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