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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소설가의 일 By 김연수

by 크레이지인북스 2021. 1. 1.
글은 쓰기로 부터 시작하는 고통의 시작이다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에세이의 형태를 빌린 소설쓰기의 참고서로 생각하면 좋을 책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쓰기 특강”처럼 말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쓰기”라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의미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소설쓰기에 대한 기대와 낭만을 보기 좋게 학문화하는 단점은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무게감이라 수용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사생아가 아니였으면 현재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대학 입학 후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 였다면 우리 머릿속에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은 없었다. 그 남아도는 시간에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놀이터를 적극 활용함으로 “읽기와 쓰기”에 탐닉한다.

“쓰기”라는 고통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으로 완성, 아니 좀 더 나은 문장을 만드는 과정을 행하는 사람이 소설가라 정의하는 것으로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이 주는 그가 느낀 엄청난 고통을 짐작해본다.




☑소설을 쓰는 고통

글을 쓴다고 모두 소설이 되는것도 아니고,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의 나열로 소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의 논리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플롯을 가지고 인과의 사슬에 맞게 배열하는 것, 그것이 소설쓰기다.

화가에게 색채가 무기이듯이, 소설가에게는 단어라는 무기를 가진다. 그 단어는 소설가의 필터를 거쳐 의미를 가지는 새로운 단어로 탄생이 되고, 독자에게는 공감이라는 물렁함으로 다가간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만들면서 내편이라는 일인칭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 속에 논리(‘왜’, ‘어떻게’)를 녹이고, 인과를 더한다. 이런 모든 시퀀스의 연결성은 고스란히 소설가의 고통으로 불린다.

☑생각 없이 일단 쓰고, 그 다음 생각한다.

“쓰기와 생각”중 어느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단호한 대답이다.

소설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단 쓰기다. 플롯이나 캐릭터의 설정보다 먼저 펜을 들고 종이위에 끄적이는 물리적인 행위를 하라는 말이다. 그 다음 그 끄적인 결과물에 대한 풀이를 하는 게 초고에 대한 고치기 과정이다.

작가는 먼저 그 쓰기를 위해 가장 필요한 말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는 단지 쓰기의 실패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절망과 좌절로 나락에 빠지는 듯한 경험도 전락과 회복의 이야기가 메인 테마인 소설에 충분히 좋은 경험이라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초고의 기본이 된다.

초고는 아이를 출산한 후 산모의 초유와 같다. 다소 투박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의 성장과 면역에 가장 좋은 영양제 같은 초유처럼 소설가의 초고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머릿속 잠재 되어있는 경험의 거친 표현으로 흰 눈 위의 첫 발자국이다.

여기서부터 저질러진 물을 수습하는 생각을 한다. 투박한 표현을 감각적인 언어로 바꾸고 주인공의 마음을 나타내는 언어의 마술을 통해 독자들의 최대한의 공감을 일으킨다. 소설가로서의 힘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부분이다.


뗀석기가 초고라고 한다면 간석기가 퇴고를 마친 완성 된 소설이 아닐까 싶다.





☑단번에 명작을 쓰고 싶다면

시간이 갈수록 방이 깨끗해지는 우주에 다시 태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우주에 다시 태어나는 방법을 끝내 작가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을 나는 책 한 중간에서 찾았다. 바로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변화의 곡선을 지나온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p98)

요약하면, “일단 생각대로 행하라.”이다. 어느 노스님의 이야기처럼 소설쓰기를 예로든 긴 내용의 글은 자못 소설가를 희망하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문장의 응원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한 번의 성공을 꿈꾸거나 단번에 이루려는 욕심을 내려두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꾸준히 목표를 바라보며 천천히(Slow) 혁신(stay hungry)하며 나아가는 것이 소설가로, 원하는 우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덧붙이기)
김연수를 소설가로 만든 문장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가? 그 이유는 그 길이 죽음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