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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라틴어 수업 By 한동일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5.

단순한 라틴어를 배우는 어문학 책이 아닌 인문학 책으로 생각된다.

 

De mea vita(데 메아 비타)로 수강생들과 청강생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내 인생에 대하여”. 이 간단한 한 질문이 한권의 책을 읽은 만큼의 생각을 강요하고, 책장을 덮기 전 한 학기의 수업을 들은 것 마냥 생각의 깊이를 뛰어 넘어 나를 향한 나만의 시선을 넓힌다. 사실 어찌 보면 굉장히 식상한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주는 효과는 나의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넘어 장년기까지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좀 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끝내 결론 내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정의를 위한 참고서로 이 책은 어문학 책이 아닌 인문학 책이 된다.

 

제목만으로는 절대 손이 안가는 종류의 어문학 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언어로 나타나는 그들의 생활과 정치, 경제 상황 등을 소개하며 라틴어에 국한되는 어문학이 아닌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인문학 책으로 생각된다.

 

뭔가를 배우기 위한 위대한 유치함’, ‘타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상호주의 상에서의 자아실현’, ‘현실에 대한 판단의 가치로의 시간’, ‘그리고 여기 등 라틴어 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이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과 사고의 확장을 위한 책장의 편집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한 글들이 꼭지꼭지마다 라틴어 격언들과 함께 배치된다.

 

예를 들어, <죽은 시인의 사회>의 그 유명한 대사. “Carpe Diem.”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고 그 시간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이 한 문장의 의미에서도 단순한 명령문의 뜻풀이가 아니라 인생참고서의 역할을 보인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정신과 신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정신과 신체가 공통으로 따르는 법칙을  또는 능력이라 말하고,  의 원천이 욕망이라 한다. 이에 따라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위해 달릴 때 존재의 만족감을 느끼는 지에 대한 과제가 남겨진다.

 

욕망이라 불리는 이상한 어감의 단어를 우리는 사실 멀리한다. 하지만 욕망과 나의 정신 그리고 신체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으리라 생각되고 욕망은, 즉 내가 과연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몇 가지 사유를 위한 질문을 요약해본다.

-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

-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

- 여기 그리고 지금

-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달려본 사람만이 안다.

- 공부는 나만의 걸음걸이와 몸짓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 사실은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한다.(신약성서 누가복음3-33)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다.

- 오늘을 살아라. 끊임없이 희망하라. 너의 인생도 소중하다.

- 데 메아 비타 (나의 인생에 대하여)

 

단순한 라틴어 단어를 하나 배우기 위해 우리는 왜 유럽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가?’ 이런 불만의 출발도 독서 중 느끼는 나에 대한 판단의 객관성을 유지해 주는 참고서 앞에 허물어진다.  나에 대한 판단은 왜 필요한가?’ 에 대한 불만은 다음 문장으로 대신한다.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