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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By 도종환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13.

시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제3의 눈이 "시"라는 언어로 태어난다.

 

 

우리에게 시인으로 잘 알려진 하지만 정작 화가가 되고 싶어 한 도종환님의 자전적 에세이다. 

시인이 되기까지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운명적인 문학동아리와의 만남, 국어교사로 시작한 그의 인생에서 온 모진 풍파와 문학계에서의 거센 비판, 시대적 암흑기로 인한 수감생활, 끝없는 교원노조 생활에서 오는 감시와 불공정한 해직.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의 투쟁 등 실로 파란만장한 실제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군데군데 그의 시들이 당시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상업주의에 이끌려 슬픔을 팔아서 장사하는 시인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시대성과 역사성, 그리고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없다는 비판에는 크게 반대한다. 그의 시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그만의 생각과 의지는 사실 그런 비판을 쉽게 방어할 수 있지만 당시 그의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시의 정체성 변화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에겐 국어교사로서, 수인번호 376번의 수감자로서, 해직교사모임의 집행부로서, 노동운동을 하는 깨어있는 의식의 소유자로서 그는 부드러운 직선을 지향하며 정면 돌파를 결심한다. 그에겐 담쟁이의 우직함과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하나이상의 고난과 마주하고 하나 이상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리고 고난과 역경은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그 해답도 내 안에 있다. 그의 인생이 이를 증명하는 듯 하다.

 

신경실조라는 듣보잡 병에도 그는 홀로 요양 생활을 하며 독서와 명상으로 스스로의 의지를 확인한다. 항상 자기 앞에는 고난이 친구하고 역경이 동생하자고 따라다니는 더럽게도 운 없는 사람이지만 본인 스스로 담쟁이의 삶처럼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연대하고 벽을 넘기로 한다.

 

시인 도종환. 사회운동가 도종한.

역사의 주류였던 보수와 그에 대항하고 반역의 깃발이 된 개혁의지에 그는 꿈을 꾼다. 그 반역이 비록 주류가 되진 못해도 주류의 가치는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니까. 그것을 위해 자기 생애를 밀고 쉼없이 가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이 짤막한 시의 한 구절에서 그의 비장한 각오와 의지가 엿보인다. 그만의 방법으로 그만의 철학을 가지고 그만의 의지로 그만의 꿈을 실현하리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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