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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 친구 By CrazyInBooks

by 크레이지인북스 2020. 12. 15.

무한지지, 무한사랑, 무한우정. 그래서 친구다.            (그림출처 네이버 블로그)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닐지라도 내가 가지는 마음의 안식처이며 내가 언제든 힘들면 의지할만 한 그런 곳 혹은 상대. 이를 우리는 누구나 하나 이상 마음에 간직 하고 있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나 아니면 이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면 그 외로움은 말로 전할 수 없을만큼 크다. 이럴 때 마음의 고향은 정말 존재만으로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음의 고향이라는 한 구절에 벌써 내면에 있는 한 웅큼의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추억의 그곳으로 가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설 이나 추석에 꼭 가는 고향의 그리움 만큼이나 우리가 가지는 힐링의 대상을 말해 보려 한다. 바로 이름만 들어도 웃음나는 친구이야기다.

 

넌 나에게 언제나 1번.

 

먼저 나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른바 베프인 친구다. 고등학교 때 만나 같이 공부하고 같이 운동하고 놀고, 대학교도 같이 간 28년째 친구인 그 놈. 그것도 모자라 자취생활도 같이하고 군대 가서도 훈련소 마치고 면회날 와서 고생했다며 눈물 흘려준 친구. 내 학교 생활에 이 친구 빼면 솔직히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함께 만든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내가 다닌 지역의 당시 고등학교는 평준화가 아니어서 우열반의 존재가 학내에 있었고,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이른바 특설반이라 해서 선생님들의 관리를 받는 우등반이 두 반이 있었다. 우리 둘은 각기 다른 반에 있었다. 어디까지나 고등학교 입시시험의 성적순으로 나누다 보니 중학교때 성적이 나름 괜찮았던(?) 나도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모의수학능력 시험을 처음 쳐보고 우리 둘은 특설반과 이별하고 만나게 된다. 학력고사형의 머리로는 처음 맞이한 수능은 도저히 풀 수 없는 암호형의 문제들로 가득했고, 한 페이지 가득한 지면과 싸우기에도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단기간의 특설반 경험과 한번의 시험으로 특설반에서 탈락한 우리는 공부가 뭐 밥 먹여 주냐?”하며 의기투합한다. 학교 내에서 튀지는 않았지만 모범적인 것도 아닌, 수업중 서로의 눈빛으로 쉬는 시간에 무슨 놀이를 할까?하는 무언의 합의를 하는데 정력을 쏟는다. 눈빛만 봐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자는 암호임을 알아차릴 정도의 호흡이었다.

 

대학교를 결정 할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같은 곳을 지망하고 함께 입학한다.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일단 함께 간다는게 중요했으니까.

 

누구나 학창시절을 기억하면 고등학교때는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 양 집, 학교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야간 자율학습과 주말에도 학교에 가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학창시절이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모습이었다. 너무 오랜 옛날(?)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창살없는 감옥에서 자유공간으로의 합법적 이동이 되면서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청춘은 폭발하게 된다. 바로 부어라, 마셔라로 대변되는 술과 함께 눈뜨고 술과 함께 그날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반복된다. 그 모든 날들이 그 친구와 함께였고,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참!!”하며 미소가 번진다.

 

함께, 늘 함께.

 

지금도 가끔 전화하면 아직도 그때 그 시절의 방황을 이야기하고, 지금 어려운 상황도 함께 공유한다.

 

서로 같은 기억을 더듬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같은 하늘과 같은 공간의 공기를 나누는 지극히 단순한 일이지만 세상의 유이한 기억이기 때문에 희소성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한달여 전, 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몇주전에 약속을 잡고 그의 시골집에서 한잔의 술과 끝도 없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모인 자리였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입은 이미 무장해제된 듯 브레이크없이 재잘재잘되고 있었다. 40대중반에 다다른 아저씨들의 여고생 못지 않는 재잘거림. 그게 추억팔이 재생의 힘이던가?

 

더 말해 무엇하리?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반찬을 좋아하며, 술 안주로는 어떤것을 가장 좋아하는지. 또 학교 다닐 때 어떤 과목을 좋아했고, 노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나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가장 잘 아는 이가 나와 함께 있고 그동안 만나지 못해 공유하지 못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있었겠는가?

 

이번에 막내가 사고친 이야기, 주식으로 돈 번이야기, 아버지랑 어머니가 싸운 이야기, 이번 김장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 등등 시시콜콜한 우리집에 젓가락 몇벌있다는 식의 별 의미없는 이야기이지만 한번 터진 웃음은 끝도 없이 나아간다.

 

사실 이 친구와 있으면 그다지 건설적인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그 어느 전문가를 초빙해서 얻어낸 한문장의 충고나 조언보다도 얻어가는 큰 웃음과 위로가 있다.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신뢰하고 아끼는 친구의 무기다.

 

더 필요한 것이 있나?

 

20대 학창시절을 우리는 흔히 청년기라 부르고 어떤 도전에 대한 실패도 용서가 되는 가능성의 시기이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욕구의 발현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시도하고 실제로도 가장 많이 깨지고 엎어진다. 그런데 그 엎어짐을 대하는 자세는 본인이 가지는 별거 아니라는 정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힘내라는 어줍짢은 위로만 아니면 금새 일어날 수 있다.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힘내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한 적 없이 단지 묵묵히 내 옆에 있어준거 밖에 없다는 거다. 나를 믿어주고 일어날 때 까지 기다려준 친구의 기술?

 

이것이 그를 만나면 내가 편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마음의 고향이다.

 

누구나 친구라는 마음의 고향은 한명이상 가지고 있고 또 적절하게 나의 어려움에 대항하는 무조건적인 지지의사도 보내준다.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이 어찌보면 친구에게 흔히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세상에 막히고, 걸려 넘어지고, 지저분해지는 내 마음을 힐링해주고 기름칠 해주는 역할이 고향에서 느끼는 마음의 정비소 같아 그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의 고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에게 있어 바로 란 나의 친구.

 

그 마음에 내 마음을 살포시 포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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